왕명王命을 받들어 국가사업으로 만든 사경寫經
고려는 2차례에 걸쳐 대장경大藏經을 조판하였고[초조․재조대장경], 왕자 출신의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1055~1101)은 동아시아 승려들의 해설서[교장敎藏]를 모아 간행하였다. 이처럼 불교 전적 간행 사업을 이어간 결과 이제 고려는 대장경-교장 세트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충렬왕忠烈王(재위 1274~1308)은 대장경 사경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경전의 보존과 유포가 주요 목적인 목판인쇄와 달리 금․은 글자로 대장경을 베낌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공덕을 쌓고 복을 기원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렬왕 즉위 이듬해에 만든 이 경전이다. 경전 끝에 짧은 글귀[사성기寫成記]를 적어 이 사경이 국왕의 명을 받들어 만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