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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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영상] 문화재는 우리 모두의 재산 – 기업가 남궁련
여든을 넘긴 남매가 아버지를 추억한다. 세상 사람들은 아버지를 성공한 사업가로 기억하겠지만, 남매의 기억 속 아버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남궁욱강 남궁련 선생 딸 인터뷰>
아버님은 낮에는 사업을 하셨겠지만 저녁에는 골동품 거리를 걸으시면서...
<남궁호 남궁련 선생 아들 인터뷰>
거기 주인들하고 지나가면 전부 이렇게 인사하고 다니실 정도로 (문화재를) 정말 사랑하셨고 (수집을) 즐기셨어요.
문화재는 우리 모두의 재산 남궁련
남매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조선 해운업의 선구자로 꼽히는 남궁련 선생이다. 가난한 집에서 나고 자란 남궁련 선생은 해방 직후 반파된 상선을 끌어올려 수리한 뒤, 미국의 원조물자를 실어 나르며 해운사업을 일으켰다.
1949년 부산 앞바다에서 끌어올린 ‘가오즈호’
‘한국 선박 첫 미국 방문’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뒤 남궁련 선생은 문화재 수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궁호 남궁련 선생 아들 인터뷰>
40대 중반 그때부터 이걸 수집이라 그럴까 관심이라고 그럴까. 밤중에 ‘계세요?’하고 들어가 보면,
<남궁욱강 남궁련 선생 딸 인터뷰>
몇 개 이렇게 놓으시고 컴컴한 데서 드러누워 보셨대요.
<남궁호 남궁련 선생 아들 인터뷰>
문화재를 들여다보면 뭐가 재밌는지 저는 이해를 못 했지만 그렇게 혼자 시간을 갖고 즐기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남궁욱강 남궁련 선생 딸 인터뷰>
(문화재) 친구를 찾으신 것도 있을 거라고 봐요.
문화재와 친구가 된 남궁련 선생
수집광의 문화재 나눔
성북동 자택
남궁련 선생은 수집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성북동에 수장고를 짓고, 그 안에 다시 금고를 두어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혼자만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인터뷰>
(유물을) 보자기에 딱 싸서 가져오셨어요. 열어보고 제 가슴에 뭐가 확 와서 닿았죠. ‘이야 이걸 가지고 계시는구나’ 이런 것들을 사서 모아서 선뜻 박물관에 기증하셨어요.
문화재는 모두의 재산이니 시민들이 다 봐야 한다고 생각한 남궁련 선생은 생전에 <청자 음각 연꽃잎무늬 완>과 <금동불좌상>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인터뷰>
부처님의 옷자락이 여러 겹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이런 부처님은 아주 드물죠. 감격적이죠. 이런 명품을 본다는 것은... 이런 것은 국보와 마찬가지거든요. (그때 당시) 박물관에서는 이런 것을 살려면 살 돈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좋은 문화재, 명품을 많이 보여줘야 박물관의 격이 있는데, 남궁련 선생님 같은 분의 협조가 없었다면 어려웠겠죠.
문화재 사랑, 나라 사랑
남궁련 선생의 기증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았다. 영국 브리티시박물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그리고 미국 존영미술관에 다수의 문화재를 기증했다.
1981년 버킹엄 궁전에서 온 기증의 감사 인사
남궁 선생이 기증한 한국 전통 향로.
1991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유물기증 증서
고려시대 청동 정병.
<남궁욱강 남궁련 선생 딸 인터뷰>
우리 아버님의 세대가 일본이란 나라 때문에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아버님은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하시다 보니까, 그 조그만 한국 문화재라도 가져가서 이 해외 박물관에 있나 없나 보시고 아무것도 없더라 하면 가지고 가셔서 기부하셨어요.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인터뷰>
‘우리의 정신이 깃든 문화재를 모으는 것이 나라 사랑이다,’ 그렇게 큰 신념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선생이 타계한 직후, 가족들은 남은 수집품 256점을 모두 기증했다.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다양하고 독창적인 문양의 우리나라 도자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도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것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고려시대에 제작된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는 국보로, 유례없는 독특한 작품이다.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고려 (국보)
<남궁호 남궁련 선생 아들 인터뷰>
국립중앙박물관이 우선이니까 거기서 받아주겠다는 걸 먼저 챙겨드렸어요. 좋다고 그러시니까 저로서도 영광스러웠어요.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인터뷰>
문화재를 통해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 한국의 조형, 미술품의 가치 그런 것이 그런 분들 때문에 유지가 된 것이죠.
문화재가 가야 할 곳은 제대로 지키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박물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남궁련 선생. 그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열정과 확고한 신념으로 실천한 기증은 평생을 수집한 문화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