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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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영상] 기와, 인생의 좋은 친구 – 검사 유창종
대한민국 마약 검사의 대부로 일컬어지며 30여 년간 검찰요직에서 활동했던 유창종 검사. 그런 그가 가장 사랑하는 별명이 있다. 바로 ‘기와검사’다.
기와, 인생의 좋은 친구. 검사 유창종.
학창시절부터 우리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던 유창종은 검사 임용 후에도 지인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만들어 사적지를 찾아다녔다. 현장을 발로 뛰며 중요한 유물을 발견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 중 하나가 충주성의 성돌이다. 국보 205호인 충주 <충주고구려비>도 유창종과 모임 사람들이 발견해 학계에 보고된 것이다.
국보 중원고구려비를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하다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인터뷰>
충주지청에 근무할 때인데 탑평리 7층 석탑 주변에 답사를 갔다가 그 밭에서 연꽃 문양의 와당 파편을 주웠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 하나의 와당이 고구려, 백제, 신라 와당의 특색을 다 가졌나. 젊은 검사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마치 수사를 하듯이 원인을 캐고 공부를 하다가 와당의 매력에 빠진 거죠.
와당은 기와 지붕 끝의 한 부분이다. 와당의 매력은 출토된 유물들의 제작시기를 나타내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당시의 종교적 예술적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더구나 1970년대에는 가격이 싸고 흔해서 검사인 그의 월급으로도 수집할 수 있는 유물이었다.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인터뷰>
“그림도 샀는데 와당은 두 점 그냥 가져가세요.” 그래서 개평으로 두 점을 들고 왔을 만큼 그렇게 가격이 저렴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와당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일본인이 있었다. 내과 의사였던 일본인 이우치는 한국의 와당을 평생 수집한 뒤 그 중 1,000여 점을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우치 기증실을 찾은 유창종은 만감이 교차했다.
와당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일본인 이우치 이사오.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인터뷰>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와당들을 이렇게 많이 소장할 수 있었나? 일본 사람들이 수집한 우리 유물이 중앙청(옛 국립중앙박물관)에 조선총독부 자리에 전시가 되냐 그러니까 갈 때 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고 자괴감이 생겼어요.
용산에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은 유창종은 2002년, 중요한 결심을 한다.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인터뷰>
기증한 내 유물이 이우치 선생이 기증한 것에 비해서 너무 형편없다고 평가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부담감이 생겨서 들었던 적금도 헐어가지고 부족한 기와를 추가로 모아서 한꺼번에 기증을 했어요.
이렇게 마련해 기증한 유물은 모두 1,873점 양과 질 모두 탁월한 유물들이었다.
<김성구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인터뷰>
유창종 선생님은 중국 기와, 동남아시아 기와, 일본 기와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구려 발해 기와를 많이 수집하셨습니다. 한국기와학회도 함께 만드셨죠. 또 요즘까지도 기와를 연구하는 후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배풀고 있습니다.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인터뷰>
와당은 저한테는 인생의 스승이자 평생의 친구같이 되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를 정말 잘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걸 보고 나와 마찬가지로 깨우침을 얻고 그런다면 얼마나 보람이 있겠나.
그에게 기증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벗과 스승을 소개하는 진정한 나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