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호우' 글자가 있는 청동 그릇

경주 노서동 140호분의 남쪽 무덤은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관련한 청동 그릇이 출토되어 ‘호우총壺衧塚’이라 불립니다. ‘호우壺衧’는 반구형의 몸체에 납작한 형태의 뚜껑으로 이루어졌으며, 굽이 있는 바닥에는 ‘乙卯年國罡上廣開土地好太王壺杅十을묘년국강상광개토지호태왕호우십’이라는 글자와 ‘#’가 돋을새김되어 있습니다. ‘국강상’은 왕의 무덤이 있는 지역을 나타내며, ‘광개토지호태왕’은 광개토대왕이 죽은 뒤 영토를 널리 개척한 업적을 칭송해 붙인 시호諡號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을묘년’은 415년(장수왕 3)으로, 3년 전에 돌아가신 광개토대왕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십十’ 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열 개 혹 열 번째를 의미하는 것으로, 적어도 10개의 호우를 만들었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위쪽 중앙의 ‘#’ 역시 아직까지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표식입니다.
호우총에서 금관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신의 머리 오른쪽에 바르게 놓여 있던 청동 그릇은 고구려와 신라 역사의 중요한 단서를 품고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광개토대왕은 신라 내물왕의 구원 요청을 받고 5만 대군을 보내어 주변국의 위협으로부터 신라를 구했습니다. 따라서 광개토대왕을 기념하기 위한 물건을 신라에 보냈을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어쩌면 을묘년(415)에 거행된 광개토대왕의 추모 행사에 참석했던 신라 사신이 이 그릇을 받아 와 대대로 간직하다가 무덤에 넣은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