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태조太祖가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에게 예배하는 그림

옻칠한 목판 앞뒷면에 금니金泥로 보살상을 그린 독특한 형식의 불화이다. 아래쪽에 2개의 촉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어딘가에 꽂아 봉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두 촉 사이에 1307년(충렬왕 33) 8월 노영魯英이라는 화사畫師가 그렸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지금 보는 화면의 오른쪽 위에 여러 권속眷屬을 거느리고 등장하는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묘사되어 있다. 그 왼쪽에는 험준한 산봉우리를 첩첩이 그렸고, 봉우리 사이 절벽 위에 엎드려 절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 옆에 작은 글자로 ‘태조(太祖)’라고 쓴 것으로 보아 고려 태조 왕건王建(재위 918~943)임을 알 수 있다. 금강산 정양사正陽寺 창건설화에 태조가 금강산에 올라 담무갈보살에게 절을 올리며 후삼국 통일의 완성을 기원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바로 이 장면을 그린 것이다. 태조는 후손에게 남긴 유언 <훈요訓要 10조>에서 “우리 국가의 대업大業[후삼국 통일]은 여러 부처님이 도와주신 덕분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불교를 깊이 숭상한 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