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철화 끈무늬 병
풍만한 양감과 유려한 곡선이 만들어 낸 조형미가 조선 전기에 제작된 백자 병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줍니다. 병의 잘록한 목을 휘감고 내려오는 끈 한 가닥의 거침없는 모습이 풍류와 멋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이 지은 시 가운데 “술병에 푸른 실을 묶어 술 사러 보낸 동자는 왜 이리 늦는가”라는 구절을 구현한 것과 같은 이 병은 굽 안바닥에서 ‘니ᄂᆞ히’ , 혹은 '니가히'로 읽을 수 있는 한글이 확인되어 1443년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무늬가 없는 순백자나 푸른색 청화안료로 그림을 그려 넣은 청화백자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철화 안료를 사용해 간결하면서 단순한 끈 무늬를 장식한 백자 병은 매우 드문 예에 속합니다. 거침없이 그어 내린 힘찬 선은 장인의 숙련된 경지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절제되면서도 과감한 표현과 구성은 현대적인 미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