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동산으로 가는 배
안중식은 조석진趙錫晉(1853~1920)과 더불어 장승업張承業(1843~1897) 사후 조선의 화단을 주도했다. 이 그림은 「도화원기
桃花源記」의 내용 중, 배를 타고 물길을 지나 화사한 복사꽃이 만발한 동산(도원桃源) 입구에 다다른 어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 위쪽에 오랜 기간 도원도桃源圖의 제화시題畫詩로 널리 애용되었던 중국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도원행桃源行」 전문全文을 안중식이 직접 적었다. 안중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 시대 화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도원도를 남긴 화가이다. 그의 도원도는 대부분 화려하고 장식적인 기법과 복잡한 산수 구성을 이룬 대경산수
大景山水식 작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청록 기법에 있어서도 녹색을 주로 사용하면서 바위와 산의 윤곽과 양감을
표현하는 등 이 시기 안중식의 청록산수화풍의 변화 양상을 잘 보여준다. 화면에 가득찬 청록빛 산과 분홍색
꽃의 강렬한 색감은 19세기 말 상하이(上海) 지역 화풍의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