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금동보살입상 - 초기의 모습을 간직한 보살상 : 양수미

새로운 종교가 한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딜 때 새로운 신(神)의 형상도 함께 전해집니다. 이 땅에는 없었던 얼굴과 옷을 입은 낯선 존재들의 모습이 상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숭배를 받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낯선 신들은 신성하지만 친근하고 낯익은 존재로 바뀌어 갑니다.

우리나라에 ‘불교’라는 ‘새로운 종교’가 처음 소개된 것은 삼국시대의 일입니다. 세 나라가 불교를 받아들인 시기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 새로운 종교는 이내 사람들의 마음과 삶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최초의 사원이 세워지고 승려들이 등장했으며 새로운 사상과 이국적인 모습을 한 신(神)들이 사람들의 의지처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신자들이 보았던 부처와 보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 글에서 소개하는 보물(옛 지정번호 보물 제333호) 금동보살입상은 지금까지 전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보살상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 불교 조각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입니다. 또한 1,500여 년 전 이 땅의 불교 신자들을 떠올리기에 아주 적절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삼국시대 초기 불교 조각의 모습을 보여주는 보살상

이 상을 보았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인가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기준으로 형상을 파악하고 인지하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는 시각적인 특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마른 체형과 갸름하고 각진 얼굴, 커다란 손, 좌우로 힘차게 뻗친 보살의 옷자락[天衣]. 그리고 조금 더 주의 깊은 관찰자라면 보살의 얼굴에 감도는 옅은 미소를 발견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금동보살입상, 삼국시대 6세기, 높이 12cm, 보물, 덕수2772

1. 금동보살입상, 삼국시대 6세기, 높이 12cm, 보물, 덕수2772
2. 금동보살입상의 세부
우리나라에 전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보살상 가운데 하나로 삼국시대 초기 불교 조각의 양상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상입니다.


이 상은 삼국시대 초기에 많이 보이는 보살상의 형식을 갖추었습니다. 보살은 대승불교에서 부처에 버금가는 최고로 존엄한 존재이지만 스스로 해탈을 미루고 세상에 머물면서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입니다. 어떠한 장신구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되는 부처와 달리 보살은 머리를 묶고 화려한 관[寶冠], 각종 장신구를 착용하며 숄 형태의 천의(天衣)를 걸친 귀족적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때문에 보살상의 장신구, 천의를 입는 방법은 상의 형식적인 특징을 구분하는 데 유용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 보살상은 세 갈래로 나뉜 머리 장식을 쓰고 목에는 끝이 뾰족한 모양의 목걸이를 걸쳤습니다. 치마와 내의를 갖춰 입었고 어깨의 둥근 장식 아래 천의가 몸의 좌우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강렬합니다. 천의는 무릎 앞에서 X자 형태로 교차합니다.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 경남 의령 출토, 고구려 539년, 높이 16.2cm, 국보, 신수853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 경남 의령 출토, 고구려 539년, 높이 16.2cm, 국보, 신수853
부처와 보살의 몸을 덮은 두터운 대의 또는 천의, 신체의 좌우로 힘차게 뻗어나간 옷자락은 삼국시대 초기 상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좌우로 뻗친 천의 표현은 초기 상들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연대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불상인 ‘연가칠년명여래입상’에서도 보이는 요소입니다. 부처의 몸을 감싼 두터운 대의(大衣) 자락의 표현이 적극적으로 신체를 드러내고자 했던 이후 상들과는 대조적이지요.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의미의 시무외여원인 손갖춤[手印]은 왼손의 4, 5번째 손가락을 접은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 역시 초기 상들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특징들은 중국 북위 불교 조각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시대의 불교미술은 북위뿐만 아니라 중국의 여러 왕조들로부터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자극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초기의 불상 제작자들은 다양한 외부 영향으로부터 받아들일 요소와 그렇지 않은 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우리 고유의 미감과 조각 전통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에 남은 ‘보살’이라는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고 머나먼 인도에서 창안된 보살의 모습과 중국에서 변화한 표현을 거쳤어도, 옅게 미소 띤 얼굴은 온전히 우리의 것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의 광배를 공유한 부처와 보살 - 삼국시대 일광삼존불 형식의 흔적을 보여주는 상

이 보살상은 옆에서 보았을 때 입체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면이 강조된 상입니다. 삼차원의 입체 조각이라고 하기에는 옆면과 뒷면이 거의 조각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이 상의 제작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상은 원래 삼존불의 하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삼존불이라고 하면 중앙에 부처를, 좌우에 본존인 부처를 보좌하는 보살을 배치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삼존이 각각 광배와 대좌를 갖추기도 하지만 삼국시대 6세기에는 삼존이 하나의 커다란 광배를 공유하는 ‘일광삼존불(一光三尊佛)’ 형식이 특히 유행했습니다.

금동보살입상의 옆면 금동보살입상의 옆면
 
 
 
 

 금동보살입상의 뒷면 금동보살입상의 뒷면
 
 
 
 

 정지원명금동삼존불입상(鄭智遠銘金銅三尊佛立像), 백제 6세기, 높이 8.5cm, 보물, M335-2                                 삼국시대 6세기에는 금동으로 만든 일광삼존불이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정지원명금동삼존불입상(鄭智遠銘金銅三尊佛立像), 백제 6세기, 높이 8.5cm, 보물, M335-2
삼국시대 6세기에는 금동으로 만든 일광삼존불이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보물 금동보살입상 뒷면을 보면 평평하게 정리된 면의 위아래에 촉 2개가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동으로 만든 일광삼존불은 삼존불과 광배를 하나로 주조하기도 하지만 주불과 광배, 대좌를 따로 만들어서 광배에 끼워 결합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의 뒷면에 남은 촉은 바로 광배와 상을 결합했던 흔적입니다. 보살상이 딛고 서 있는 연밥 모양 대좌 아래로도 기다란 촉이 달려 있어서 따로 만든 연꽃 대좌에 끼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의 크기나 뒷면 처리 등 만든 방법을 고려할 때 이 상은 일광삼존불의 본존으로서 좌우에 승려상을 협시(脇侍)로 배치한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유사한 예로 강원도 춘천에서 출토된 보살삼존상이 알려져 있습니다.

관음보살상이나 반가사유상의 경우처럼 단독으로 예배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살은 부처를 보좌하는 존재로서 단독으로 삼존의 중심에 서지 않습니다. 삼국시대 삼존불 가운데 부처가 아닌 보살이 본존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예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춘천 출토 보살상이나 6세기 백제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태안 마애삼존불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입니다. 현재 이 상에 관련된 기록이나 명문(銘文), 혹은 보살의 지물(持物)과 같이 존격(尊格)을 알려주는 자료가 전하지 않으므로 정확하게 이 상이 어떤 보살을 나타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삼국시대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관음이나 미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수는 있습니다.

삼국시대는 우리나라 불교 조각의 시작을 알린 시대로 다양한 종교·예술·기술적 실천과 도전이 이루어졌던 시기입니다. 언뜻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양상이 혼재했지만 이후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1,600여 년 동안 이어진 흐름의 첫 방향을 결정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종교 예술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 왜 어떤 요소는 채택되고 어떤 요소는 그렇지 않았는가, 그 선택의 결과를 한국 불교미술의 고유한 특징으로 볼 수 있는가와 같은 묵직한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금동보살입상은 당시를 증언하는 여러 편린(片鱗)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 상을 전시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 앞에 잠시 멈추어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불교라는 낯선 종교를 받아들이고 구원을 희구했던 당시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과, 부처와 보살이라는 새로운 신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던 예술가들을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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