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인골(人骨)로 본 신석기시대 사회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여러 시대와 지역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문화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중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뿐 아니라 그 당시 사람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인골(人骨)을 전시하고 있는 신석기실입니다. 신석기시대 무덤과 껴묻거리를 설명하는 공간 한편에 가림판과 함께 인골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도1. 신석기실 무덤 공간

신석기실 무덤 공간

전시된 인골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부산 가덕도(加德島) 장항(獐項) 유적 무덤에서 발견된 성인 남자의 것입니다. 해안가에 위치한 이 유적은 신석기시대 무덤 유적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48개체의 인골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한반도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신석기시대 무덤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당시 사회와 매장 문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커서, 인골이지만 이례적으로 전시실에서 만나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도2. 신석기실 인골 전시 모습

신석기실 인골 전시 모습

신석기시대 무덤에서는 왜 인골이 많이 발견될까

신석기시대 무덤은 움무덤, 독무덤, 집단묘 등 형식이 다양합니다. 인골이 발견된 예로 통영 연대도·욕지도·상노대도 산등, 부산 범방·가덕도 장항, 춘천 교동, 여수 안도, 진주 상촌리, 울진 후포리 유적 등이 있습니다. 신석기시대는 청동기시대에 비해 무덤에서 발견되는 인골 수가 많은 편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석기시대에는 해양 자원을 많이 활용했고 바닷가에는 조갯살을 먹고 버린 껍데기들이 쌓여 조개무지가 형성되었습니다. 조개무지는 산성 토양을 알칼리성 토양으로 바꾸어 뼈처럼 썩기 쉬운 유기물질이 땅속에서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인골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무덤에서 발견되는 인골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인골과 관련해서는 자세, 껴묻거리, 장신구 등으로 매장 방법과 의례 연구가 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잘 보존된 일부 인골에 대해 추정 성별, 신장, 연령도 제시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성별, 신장, 연령을 추정하는 기본적인 분석을 넘어서, 다양한 형질 분석과 신체 조직에서 추출된 안정동위원소, 미량원소분석 등으로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신체의 일부를 일부러 변형시키는 풍습이나 생활방식에 따른 변이 현상뿐만 아니라 축적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식생활 연구, 영양 수준 및 질병 연구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 6호 인골

신석기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인골은 발굴 당시 41호로 불렸지만 발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6호로 명명되었습니다. 오른쪽이 실제 인골이고 왼쪽은 매장 자세나 장신구 위치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무덤 주인공은 40대 남성으로 키는 160.8cm입니다. 가덕도 장항 유적에서 확인된 남성 인골의 평균 키가 158.4cm이므로[여성 인골 평균 키: 146.7cm] 살짝 큰 편에 속합니다. 두 손은 X자 모양을 하였고 두 다리는 가슴 쪽으로 꺾여 있습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 무덤에는 인골을 펴묻기한 것보다 이처럼 굽혀묻기한 예가 훨씬 많습니다. 두 팔에는 조개팔찌를 차고 가슴에는 조개목걸이를 걸고 있습니다. 투박조개와 피조개로 만들었고 총 32개의 조개를 사용했습니다. 조개팔찌를 직접 착용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도 매우 드문데, 24개의 조개로 만들어진 목걸이, 그것도 착용한 상태로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 6호 인골(오른쪽)과 재현품(왼쪽)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 6호 인골(오른쪽)과 재현품(왼쪽)

조개팔찌와 목걸이 착용 모습 조개팔찌와 목걸이 착용 모습


부산 가덕도 인골이 말해 주는 신석기시대 사회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에서는 6호 인골을 포함하여 신석기시대 전기에 묻힌 48개체의 인골이 양호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로써 인골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인골은 대부분 별도의 구덩이 없이 안치되어 있었으며 대신 인골 위에 토기나 돌을 얹어 두었습니다. 1호에서 수습된 40대 여성처럼 인골에 피조개 9점을 덮은 형태도 있었습니다. 굽혀묻기한 경우가 29개체로 펴묻기(7개체)보다 월등히 많았으며, 하반신이 상반신과 닿을 정도로 강하게 꺾어서 묻은 것이 특징입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 출토 상어 이빨 장신구와 뼈 장신구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 출토 상어 이빨 장신구와 뼈 장신구

가덕도 장항 유적에 묻힌 사람들의 연령은 1세 전후 유소아부터 최고 70대 노인까지 다양했으며, 그 중 10세 미만 유소아와 30~40대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형질 분석 결과 대퇴골 조선[粗線: 허벅지뼈 바깥쪽에 세로로 길게 선상으로 튀어나온 모양]이 발달되어 있어 육체적 노동량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치아 상태는 탄수화물 때문에 썩는 우식(齲飾)이 확인되지 않아 가덕도 장항 사람들이 농경이 아니라 수렵·채집에 의존한 생활을 하였음을 보여 줍니다. 또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치아 에나멜질에 이상이 있는 현상(치아 에나멜질 감형성[Enamel hypoplasia])이 적어 비록 고된 노동을 하였으나 식량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들은 어떤 육체 노동을 했을까요? 가덕도 장항 유적 1호 여성, 70대 14호 여성, 38호 남성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신체적 특징이 있습니다. 귓속에 뼈가 튀어나온 외이도 골종(外耳道 骨腫)이 있다는 것입니다. 장시간 잠수로 수압에 영향을 받는 오늘날의 해녀에게서도 발견되는 증상으로,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해양 자원을 얻기 위해 잠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덤 속에서 인골과 함께 발견된 옥 장신구, 상어 이빨 장신구, 조개목걸이 등은 출토 예가 매우 드문 것으로, 당시 사회에서 희소성을 가진 물건이었을 것입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사람들은 해양 자원을 잘 활용하였고 교류를 통해 이미 상당한 재화를 축적한 집단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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