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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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 청소년 교육 음성 자료
- 조선시대 끈무늬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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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자막]
끈무늬 병
자유로운 선의 멋
고려의 청자를 기억하나요?
조선에서는 새로운 전통이 세워지고
유행이 바뀌면서 백자가 사용되었어요.
백자는 화려한 청자와 달리 차분하고 소박한 느낌이 뚜렷해요.
유학을 공부하는 양반의 청렴한 정신과 어울리는 그릇으로 여겨졌어요.
백자는 청자보다 만들기가 훨씬 어려워요.
빛깔 좋은 하얀 색의 백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하얀 돌가루와 찌꺼기를 거른 진흙이 필요해요.
이 흙을 반죽해서 빚은 그릇은 청자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나은 기술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이토록 귀한 백자는 주로 왕실이나 신분 높은 양반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어요.
나라에서는 전국에 걸쳐 도자기를 굽는 마을들을 조사하고
품질 좋은 그릇을 짓는 지역을 정해 왕실의 그릇을 만들도록 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경기도 광주 지역이 뽑혀
왕실 전용 백자를 만드는 분원이 세워졌지요.
처음에는 깨끗하면서도 소박하게 무늬 없이 흰 백자를 만들었어요.
조선 사람들은 그릇의 화려한 모습보다 쓰임새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백자의 멋은 순백의 아름다움에서 나온다고 해요.
이후로는 코발트 안료를 써서 파랗게 보이는 그림(청화)을 그리기도 했어요.
코발트 안료가 귀해서 구하기 힘들 때면
철 성분이 든 안료로 그림(철화)을 그렸어요.
이 경우에 그림은 갈색으로 표현되지요.
이 백자 병은 높이 31.4cm, 입 지름 약 7cm, 바닥 지름 10.6cm에 이르러요.
나팔처럼 벌어진 입구부터 목까지는 잘록하게 가늘어지다가 다시 벌어진 후
바닥 가까이로 가면서 줄어드는 형태로 모양이 안정적이지요.
이 병에는 인상적인 선이 그려져 있어요.
철 성분의 안료를 묻힌 두툼한 붓으로 선을 병의 목에 한 바퀴 쓱 돌린 뒤
몸 아래로 구부러지게 긋다가 바닥 가까이서
다시 한 번 동그라미를 그리고서야 멈췄네요.
백자 대부분에는 선비 정신을 나타내는 사군자(매화ㆍ난초ㆍ국화ㆍ대나무)나
용ㆍ호랑이 등 특별한 뜻을 지닌 동물들이 멋들어지게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병을 만든 사람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인상 깊은 그림을 그렸을까요?
이 병의 바닥에는 ‘니나히’라는 한글이 쓰여 있어요.
훈민정음이 1446년에 반포되었으니 이 병은 그 이후에 만들어졌겠지요?
역사의 시계바늘 같은 의미가 있어 매우 소중한 그릇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