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능엄경언해를 찍은 한글 활자

1461년에 간행된 『능엄경언해楞嚴經諺解』에 사용한 한글 활자입니다.
『능엄경』은 ‘큰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되기 위해 보살들이 닦는 수행법을 설한 경’이며, ‘언해’란 한문을 한글로 풀어서 쓴다는 뜻입니다. 『능엄경언해』는 세조가 한글로 풀이한 『능엄경』을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것으로,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먼저 한글로 번역한 책입니다.
본문의 한문 부분은 1455년에 강희안姜希顔의 글씨체를 바탕으로 만든 을해자乙亥字로 찍었습니다. 이와 함께 쓰인 한글 활자는 ‘을해자 병용 한글 활자’, 즉 ‘을해자와 함께 쓴 한글 활자’라고하며, 『능엄경언해』에 처음 사용해 ‘능엄한글자’라고도 합니다.
이 한글 활자가 만들어진 시기는 을해자가 주조된 1455년과 『능엄경언해』를 인쇄한 1461년(세조 7년) 사이로 추정됩니다. 조선은 고려시대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계승해 국가 주도로 수십 차례 금속활자를 만들어 다양한 서적을 인쇄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는 서양의 여러 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다른 한자 문화권 국가와도 다른 조선 인쇄문화의 특징입니다. 조선의 공식 문자는 한자였지만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만든 활자 가운데는 한글 금속활자도 있습니다. 특히 『능엄경』을 찍은 이 금속활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활자일 뿐 아니라 한글 활자라는 점에서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잘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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