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조용한 산속의 긴 하루

자연에서 누리는 우아한 생활을 읊은 시를 묘사한 그림이다. 원래 여덟 폭이었으나 현재 2·4·7·8폭만 전해진다. 도화서 화원 이인문이 능숙하게 그린 그림에 서예가 유한지가 예서隸書로 시 구절을 적었다. 이 시구는 중국 남송 문인 나대경羅大經(1196-1242)이 지은 「산거山居」를 인용한 것이다. 가장 오른쪽 그림(2폭)은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읽는 ‘수의독서隨意讀書’이고 다음(4폭) 그림은 거친 보리밥을 달게 먹는 ‘맥반흔포麥飯欣飽’ 장면이다. 시와 그림, 글씨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지만, 유한지의 실수로 이 두 그림에 적힌 글이 서로 바뀌었다. 세 번째 그림(7폭)은 ‘의장시문倚杖柴門’으로 저물 녘 산속 풍경이다. 지팡이를 짚고 나와 석양을 감상하는 인물이 그려져 있다. 네 번째 그림(8폭)은 ‘월인전계月印前溪’로 달빛 비추는 밤 풍광을 감상하는 그림이다. 세부표현에서 그가 각각의 화제에 나오는 내용을 충실히 화면에 담아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소장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