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어필석각

조선의 임금들은 대부분 문예에 뛰어났습니다. 세자 시절부터 오랜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왕위에 올라서도 공부를 계속했기에 문장과 서예에 남다른 필력을 뽐낸 인물이 많았습니다. 새로 왕위에 오른 임금은 선대 임금들의 글씨를 수집하고 돌에 새기는 이른바 ‘어필석각御筆石刻’을 제작했습니다. 이는 역대 임금의 위업을 계승하고 효를 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역대 임금의 문예文藝가 새겨진 어필석각은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왕실의 문화적 우월성과 정통성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어필석각을 만든 또 하나의 목적은 임금들의 글씨를 탑본搨本해 널리 보급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열성어필列聖御筆』은 어필석각을 탑본해 엮은 서첩으로, 여러 부를 제작하여 유포했습니다. 역대 임금 가운데서도 선조宣祖는 명필가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선조는 스스로 많은 서예 작품을 남겼을 뿐 아니라 석봉石峯 한호韓濩라는 당대 최고의 명필을 발탁하고 후원해 한국 서예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서화실에는 조선의 역대 임금 가운데 문종, 성종, 선조, 인조, 효종, 현종의 글씨를 새긴 어필석각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어필석각에는 왕이 쓴 시문과 서찰, 큰 글씨의 서예 작품 등 다양한 글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 왕실의 격조 높은 문예의 자취가 돌에 새겨져 영원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