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을 슾 속 두 마리 매
추운 겨울 눈이 쌓인 가지 위에 두 마리의 매가 서로 마주 앉아 있다. 왼쪽 위로는 머리가 하얀 새인 백두조白頭鳥 두 마리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있다. 매는 뾰족한 부리 사이로 혀를 드러낸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두조를 올려다보고 있다. 가지에 쌓인 눈을 표현하기 위해 주변을 엷은 먹으로 어스름하게 칠하고 눈 부분을 비워 두었다. 황량한 겨울의 독수리나 매는 고난에 굽히지 않는 영웅을 상징한다. 백두조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하고 장수를 누리는 길상吉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 임량은 광둥성(廣東省) 출신으로, 15세기 명나라 경태景泰(1450~1456) 연간에서 성화成化(1465~1487) 연간에 이르기까지 여기呂紀(16세기 활동)와 함께 명대 궁정 화조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활동했다. 수묵화조화에 뛰어났고 특히 독수리와 매를 비롯한 맹금류를 잘 그렸다. 이 그림에서도 나무와 바위를 묘사한 자유분방한 필치, 몰골법没骨法(윤곽선 없이 대상을 그리는 기법)으로 수묵의 농도를 조절하여 표현한 독수리의 자태 등 그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사물의 형태보다는 의미와 정신에 치중한 그림을 그려 문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