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선비와 벼루를 바치는 시동

화진華晉은 호號가 ‘송애松厓’였던 것으로 추정될 뿐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자연을 배경으로 검은 두건에 담청색 평복을 입은 선비가 앉아 있다. 화면 왼쪽에 가지가 구부러진 한 그루의
소나무와 세 그루의 대나무가 서 있는데 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그 아래 한 선비가 오른쪽 다리를
꼬고 앉아 왼팔을 바위에 기댄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땅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영지버섯이 있다. 선비의
얼굴에는 자애로운 노년의 온화한 미소가 흐른다. 윤곽선을 강조한 얼굴에 미묘한 음영을 세밀하게 묘사
하여 입체적인 얼굴을 표현하였다. 이는 간결하게 표현한 의복과 대조를 이룬다. 바위 역시 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갈색으로 채색하였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상투머리를 한 시동侍童이 벼루를 씻어 들고 있다.
주인공인 선비에 비해 시동을 매우 작게 그렸는데 이는 전통 화법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발문을 많이 적을 수 있도록 화면 전체에 넓은 공간을 남겨 놓아 문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산수를 배경으로
하여 숨어사는 은자를 동경하는 듯한 문인의 도상은 전체적으로 명대 말기 증경曾鲸(1568~1650)을 중심으로
한 파신파波臣派 인물화의 전형적인 양식과 일치하여 이 그림의 제작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소장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