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주칠 접시
섬세하게 새긴 문양으로 장식된 사각 주칠 쟁반입니다. 이 칠기쟁반은 칠을 여러 번 하여 표면을 두텁게 한 후 무늬를 새기는 조칠 기법으로 만들었는데 이와 같이 주칠을 발라 새긴 것은 척홍이라고도 합니다. 접시 가운데에는 위나라 말 부패한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청담으로 세월을 보낸 일곱명의 은자의 모습을 담은 죽림칠현竹林七賢을 표현하였습니다. 왼쪽에는 거대하고 화려한 삼층 전각으로 표현된 현실공간이, 그리고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이와 대비되는 공간에는 죽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구름 아래 앞쪽 산과 먼 산 사이에 펼쳐진 이 은둔 공간인 죽림안에서 칠현들은 소나무 아래 바둑을 두거나, 대숲 속에서 술을 마시며 한담을 하고, 두루마리를 펼치며 시서화를 논하고 있습니다. 대반의 가장자리에는 두 송이의 동백꽃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매화나무에 앉은 새를 새겨 이 공간을 자연의 한 영역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죽림칠현도는 명대 후반에서 청대 초기에 크게 유행하였는데, 인물보다는 산수배경을 강조한 구도가 특징이며, 이 쟁반은 이와 같은시대적 유행을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