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전시물] 벼루
이 벼루는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의 부인 박금섬 여사가 기증한 것입니다.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벼루는 돌로 만든 문방구입니다. 벼룻돌은 검고 은은한 광택이 나며 곱고 단단해 먹이 잘 갈리면서도 먹물은 스며들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벼루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벼루 가운데는 먹을 갈도록 평평하게 깎고 그 위에 먹물 집을 오목하게 파 놓았습니다.
벼루 주변에는 울퉁불퉁한 산봉우리들이 입체적으로 솟아 있고 봉우리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벼루 왼쪽 아래에는 갓을 쓰고 나귀를 탄 두 사람이 높은 산을 향해 걸어가고, 오른쪽 위에는 산등성이 너머로 금빛 해가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먹물이 담긴 벼루를 한 번 상상해 볼까요? 벼루 바닥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해, 벼루를 둘러싼 산봉우리들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인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