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테마전 “강서대묘 사신도”(2010. 11. 30 ~ 2011. 3. 27)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운생동하는 사신도와 유려하고 다채롭게 표현된 천장 그림들로 고구려 무덤 벽화의 절정기를 보여주는 강서대묘 무덤 벽화 중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벽화 모사도 네 점이 소개된다.
남포시 강서구역 삼묘리에 있는 강서대묘는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3개의 흙무지돌방무덤 중 제일 남쪽 가장 큰 무덤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벽화무덤이라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져 외부인들의 무덤 안 출입이 계속되었으나 1912년에야 본격적인 내부조사가 이루어졌고 벽화 모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남향으로 지상에 축조된 무덤칸은 널길과 널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잘 다듬어진 대형 화강암으로 벽과 천장고임을 축조하였다. 대형 화강암 판석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널방 벽체가 서로 만나는 곳의 상부는 끝부분을 각이 지게 깎아내어 처음부터 약간 좁혀진 상태로 천장을 고일 수 있게 하였다.
무덤 방 안의 잘 다듬은 돌 벽면 위에 직접 벽화를 그려 넣었는데, 주된 주제는 사신(四神)이다. 그 중에서도 북벽의 현무가 연출하는 긴장감 있는 화면 구성과 회화적 완성도는 조사보고 당시부터 국내외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유연한 자세로 입구쪽을 향해 사지를 벌려 날고 있는 청룡과 백호의 모습에는 유연미와 속도감이 환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연봉오리를 입에 물고 있는 남벽 입구의 주작 한쌍 역시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세련되고 치밀하게 묘사되었다. 이처럼 네 방위의 신으로 생활 모습과 함께 고구려 무덤 벽화 안에 자주 표현되던 사신은 고구려 후기에 이르러 벽화의 중심 주제로 등장하였다. 특히, 이 시기 평양 일대 벽화에서는 배경 장식 없는 널방 벽면을 가득 채운 유일한 존재로 사신이 표현되었다.
강서대묘는 그 뿐 아니라 천장고임에는 연꽃, 비천(飛天), 주악천인, 기린, 봉황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신수영물, 인동당초무늬, 산악 등을 그려 넣어 신선사상과 불교적 내세를 표현하였다. 또한 천장석 중앙에는 왕의 표지로 이해되기도 하는 황룡을 그려 넣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강서중묘 사신도뿐만 아니라 평양 지역과 집안 일대 고구려 무덤 벽화 속에 등장하는 사신도의 다양한 모습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이들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에 직면했던 고구려인들이 죽음 이후 세계와 관련해 던졌던 의문과 그 해답 중 하나인 사신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