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듣고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청자 사자 장식 향로
  • 등록일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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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사자 장식 향로

 [듣고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청자 사자 장식 향로



<자막>


 1123년 서긍은 중국 송나라 황제 휘종이 파견한 국신사 일행 중 한 명으로 한 달 남짓 고려에 머물면서 고려의 여러 곳을 둘러보고 그에 대한 면모를 기록한 것이 바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입니다.

 이 책의 「기명(器皿)」부분에는 고려의 다양한 그릇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도로조(陶爐條)’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산예출향도 비색이다. 위에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고 아래에는 봉오리가 벌어진 연꽃무늬가 떠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 물건만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그 나머지는 월요의 옛날 비색이나 여주에서 요즘 생산되는 도자기와 대체로 유사하다.”

 이는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습니다. ‘산예출향(狻掜出香)'에서 ’산예‘란 타고난 용맹성과 위엄으로 백수의 왕으로 불리며 신성함과 절대적인 힘을 가진 상상의 동물입니다. 연기와 불을 좋아하기 때문에 향로에도 등장하는데, 사자라고도 합니다. 당시 서긍은 연꽃모양으로 된 향로 뚜껑 위에 사자가 장식된 것을 보고 이처럼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색은 비색(翡色), 즉 푸른색이며 매우 뛰어난 솜씨로 만들어졌다고 품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 기록에 부합하는 가장 유사한 것은 국보 청자 사자 장식 향로입니다. 향로는 뚜껑 위에 사자가 올라가 있고 향을 피우는 몸체에는 세 개의 괴수의 얼굴 모양으로 된 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몸체에서 향을 피우면 뚜껑에 장식된 사자의 입을 통해 향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사자의 두 귀는 아래로 쳐져있고 코는 들려 있으며 살짝 벌린 입에는 가지런하게 이빨이 드러나 있습니다. 목덜미의 갈기는 탐스럽고 몸통은 매끈합니다. 넙적하게 만든 꼬리는 등에 착 감겨 있어 안정감을 주고, 발 또한 맹수의 것으로 손색이 없도록 다부지게 표현하였습니다. 특히 가슴에 방울을 달고 오른쪽 발로 진귀한 구슬을 잡고 있는 모습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사자 중 매우 드문 예에 속합니다.

 고려시대에 청자 향로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향을 가까이 두고 향 문화를 즐겼던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을 어떤 방식으로 피웠는지 구체적인 자료는 거의 없지만 몇몇 기록을 통해 고려시대 사람들이 향유한 향 문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 관료이자 문인이었던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이라는 책에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몇 편의 글을 남겼습니다. 쓸쓸한 암자에 향로가 놓인 한적한 풍경을 읊은 구절이나 향을 피우는 가운데 돌솥에 차를 달여 마시며 귤을 먹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 있습니다. 또 술자리에서 침향(沈香) 연기 때문에 노래하는 목청이 메인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같은 기록을 통해 공식적인 의례나 종교 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여가를 즐길 때 향을 피우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완벽한 조형과 비색의 조화로 완성된 <청자 사자 장식 향로>는 실용성과 더불어 감상용기라는 미적 성취까지 거둔 고려청자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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