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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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8월 29일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12월 3일 개막)’의 연계 행사로 ‘가야가 만든 고대 동아시아 네트워크’라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금까지 가야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는 전통적인 주제인 통사, 즉 ‘언제 성립’하고, ‘어떻게 발전’했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가야는 이러한 주제로 역사를 서술해 보니 같은 시기 공존했던 고구려, 백제, 신라처럼 전형적인 고대국가의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들은 가야를 ‘연맹체’와 같은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야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주제를 모색하다 최근 고고학적 발굴 성과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지배층 무덤이나 왕묘에서 발견되는 장거리 교역 물품이었다. 이것들은 가야가 주변 나라와 교류하면서 입수한 물건이며, 입수를 위해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했음을 알려주는 역사적 증거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통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로 학술대회를 기획했고, 그 성과를 특별전에 담고자 했다.
학술대회는 기조강연, 사례연구 발표, 주제발표라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기조강연을 한 영국 캠브리지대학 브루드뱅크 교수는 지중해 지역의 고고학 조사가 주는 메시지로 교역과 상호작용에 관한 깊은 역사는 ‘국가’ 혹은 ‘민족’ 단위로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며, 유연성과 유동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며, 그것을 주도한 것은 다층적 및 세계적 정체성을 가졌던 수많은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사례연구를 발표한 중국 사회과학원 루이 뤠이 연구원은 한나라 장안성의 구조와 조영 원리를 설명하고, 최근 ‘실크로드 1호’라는 이름이 붙여진 배의 발견 과정과 배 만드는 기술의 교류를 실증적으로 논의했다. 일본 역사민속박물관 마쓰기 다케히코 교수는 일본열도에서 지역 간 네트워크를 토대로 고분 출현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새로운 리더로서 고분의 피장자를 소개하고, 고분시대 사회의 모태가 바로 지역 간 네트워크를 토대로 하는 가야와 왜의 네트위크라고 설명했다. 주제발표로 서울대학교 김병준 교수는 고대 동아시아 교역 시스템을 한-서역, 서진-삼한, 발해-일본의 사례로 해양 네트워크의 성립과 방해 요소를 발표하였고, 공주대학교 홍보식 교수는 전기가야와 후기가야 시기의 해당 유적과 유물을 고찰하여 역사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가야와 삼국의 네트워크를 종합 정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가야가 교역을 위해 위계제를 회피하고 네트워크를 지향했고, 양자(위계제·네트워크)를 순환했던 독특한 정치 환경 아래 있었던 사회였다고 주장했다. 일본 간사이대학 이노우에 치카라 교수는 그동안 왜 왕권의 요청에 의한 일방적인 교류로 이해해 온 한일 교섭사를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권오영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발표 내용에 대하여 7명의 토론자가 고대 동아시아 세계의 여러 국가와 사회를 주체적으로 연결한 가야 네트워크의 특수성과 보편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가야를 바라보는 새로운 키워드로 네트워크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가야는 미숙한 나라로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교역과 교류를 위해 적극적으로 주변 네트워크에 참여했고, 고대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주도해 간 나라였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성과를 특별전에 고스란히 담아 역사적 사실의 전달과 이해를 강조했던 기왕의 전시와는 달리 큐레이터와 디자이너가 가야를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안할 것이다. 관람객은 그 제안들을 스스로 선택해 전시를 감상하는 새로운 플랫폼(platform)으로서의 특별전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