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수행되고 있는 문화유산 분석의 역할은 대략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문화유산의 재질 파악을 위한 기초 분석이다. 이 분석은 각 재질에 적합한 보존처리를 수행하기 위한목적과 유물관리, 구입이나 등록 등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수행한다. 두 번째는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적인 가치를 규명하기 위한 분석이다. 즉,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특성인 제작기술, 산지産地, 연대 등을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밝혀냄으로써 고고학, 역사학, 미술사학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금강경판은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2006년 과학적 분석 결과 은판 위에 금을 도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으로 보아 은판 위에 수은 아말감 금도금 또는 수은 금박 도금법을 이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강경판
銀製鍍金金剛經板(舊 金製金剛經板)
백제(7세기), 1매 가로 17.8cm, 세로 14.8cm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리 오층석탑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수2129, 국보 제123호
적색은 주사HgS, 백색은 연분2PbCO3·Pb(OH)2, 청색은 석청2CuCO3·Cu(OH)2, 녹색은 석록CuCO3·Cu(OH)2, 금색은 금Au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분석 결과를 참고하여 각 색상별로 동일한 종류의 안료를 확보하여 보존처리에 적용할 수 있었다.
경주 황남대총 출토 유개합 내부 잔류물을 적외선 분광 분석법(FT-IR)과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법(GC-MS)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완도나 해남 등지에서 생산한 황칠의 주성분인 베타셀리넨(β -selinene)이 검출되었다. 이를 통해 유개합 내부 잔류물은 완도나 해남산 황칠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특히 황칠은 지금까지 문헌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는데, 분석을 통해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황칠의 실체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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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개합 내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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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개합 내부 칠 IR 스펙트럼
유개합
有蓋盒
신라, 높이 4.1cm, 구경 14.1cm
경주시 황남동 출토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소장
X-선 투과 및 현미경 조사를 통해서 허리띠 고리 옆판 일부는 금이 가 있고 그 위를 다른 금판으로 덧댄 흔적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금선을 꼰 흔적과 용의 눈 안쪽에서 붉은색 물질의 흔적을 확인하였다. 붉은색 물질에서는 수은(Hg)과 황(S)이 검출되어 적색 안료인 주사(HgS)를 눈 안에 채워 넣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금 알갱이의 크기는 지름 0.3~1.6m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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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고리 전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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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투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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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 안쪽의 붉은색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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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선을 꼰 흔적
허리띠 고리
金製鉸鉤
원삼국(낙랑, 1세기), 길이 9.4cm
평안남도 대동군 석암리 9호분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본관4740, 국보 제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