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아스테카의 중심, 테노츠티틀란에서 북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오래전에 세워진 고대 도시국가 테오티우아칸이 있습니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테오티우아칸을 신이 사는 곳이라 믿어, 이곳을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전시된 녹색 가면은 아스테카 사람들이 그곳에서 발굴하여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귀한 고대의 보물을 자신들의 성스러운 제의 때 신께 바쳤습니다. 아스테카의 건축과 예술 작품에서 그들이 선망하였던 고대 도시의 양식을 모방한 사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주민 세력이었던 아스테카는 자신들과 테오티우아칸과 같은 선구적인 도시국가를 연결시켜, 멕시코 중앙고원의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죠.
아스테카의 고문서 아스테카를 비롯한 메소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역사, 종교적 믿음을 그림문자를 이용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책은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대부분 불태워졌고, 겨우 몇 권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이 정복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주시-너틀 고문서>는 아스테카의 남서쪽에 위치한 미스테카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한 도시국가의 왕조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아스테카의 자연 아스테카가 통치한 지역은 해안가부터 눈 덮인 화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형과 기후대를 아우릅니다. 따라서 이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의 동물과 식물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아스테카 사람들은 이처럼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지요. 그것들을 과일로 먹기도 하고, 약을 짓는데 쓰기도 했으며, 옷을 만들거나 색을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올빼미는 낮과 밤, 그리고 지상세계와 지하세계를 연결하는 존재라고 생각습니다. 거북이, 물벼룩 등 물가에 사는 동물은 비의 신 틀랄록과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물벼룩을 잡아 틀랄록을 위한 제의에 봉헌물로 바쳤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 향로는 물과 풍요의 여신 찰치우틀리쿠에의 모습입니다. 찰치우틀리쿠에는 나우아틀어로, '비취색 치마를 입은 여인'을 뜻합니다. 이름과 딱 맞는 외모죠? 그녀는 항상 머리를 땋고 아름다운 옷차림을 한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목에는 꽃과 옥수수로 엮은 화환을 걸고 있죠. 그래서 찰치우틀리쿠에는 옥수수의 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옥수수는 아스테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식이었습니다. 옥수수가 자라나는 단계마다 고유한 신이 있을 정도였죠. 오늘날에도 옥수수는 멕시코에서 매우 중요한 작물로, 여전히 원주민들은 옥수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제의를 지내고 있습니다.
아주 정교하게 조각된 이 석판은 아스테카 사람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심지어 금속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았다니, 믿어지시나요? 아스테카의 석공들은 비교적 무른 돌을 찾아 단단한 흑요석이나 부싯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해 이와 같이 그림을 새겼습니다. 이 석판에 새긴 신은 찰치우틀리쿠에입니다. 그녀의 등에는 비의 신 틀랄록의 조수인 ‘틀랄로케’들이 물이 담긴 항아리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들이 항아리를 깨뜨리면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립니다. 찰치우틀리쿠에는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이었습니다. 그녀는 땅에 충분한 물을 주어 옥수수가 잘 자라게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홍수를 일으켜 농사를 마치거나 호수에 떠있는 배를 전복시켜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었죠. 이처럼 아스테카의 모든 신들은 긍정적인 힘과 부정적인 힘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들은 인간을 도울 수도 있고,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스테카 사람들은 최대한 신들을 기쁘게 할 필요가 있었죠.
아스테카의 시장에는 멕시코 전역에서 생산한 다양한 물품들이 판매되었습니다. 짐을 나르는 동물이 없었기에 사람이 직접 모든 물품을 운반해야 했지요. 지금 보이는 짐꾼처럼 바구니를 등에 매고 끈을 머리에 묶어서 장거리를 오가며 물품을 날랐습니다. 이마에 걸친 끈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손으로 꽉 잡고 있네요. 이처럼 고된 일이었기에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은 노예들이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아스테카 전사는 매우 용맹했습니다. 소년들은 모두 훌륭한 전사가 되기 위해 학교에서 전쟁 기술을 배웠습니다. 전사들은 창과 활, 날카로운 흑요석 날이 달린 검을 들고 전투에 나섰습니다. 뛰어난 전사들에게는 ‘독수리 전사’와 같이 특별한 계급이 부여되었습니다. 아스테카의 전사는 계급마다 상징하는 옷을 입었습니다. 높은 계급에 속하는 독수리 전사는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독수리 머리 모양 투구와 값비싼 깃털 장식 옷을 입었습니다. 높은 계급의 전사는 대부분 귀족 출신이었지만, 평민도 전쟁에서 많은 포로를 잡으면 높은 계급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중요한 가치였던 아스테카에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에서 많은 포로를 잡는 것이었죠
이 조각상은 어떤 동물을 묘사한 것일까요? 처음에 고고학자들은 이 동물이 코요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스테카 전사들이 전쟁에 나설 때 무시무시한 코요테 복장을 했었기 때문에, 이 동물상도 전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여겼던 거죠. 그러나 몸에 난 털을 자세히 보세요. 코요테가 정말 이렇게 생겼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 동물이 ‘깃털 달린’ 코요테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아스테카 유적에서 늑대를 제물로 바친 흔적이 많이 발견되면서, 이 동물이 ‘어린 늑대’라는 주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제의와 관련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처럼 아스테카의 연구가 계속될수록 유물의 해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이 조각상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뱀의 머리를 나타낸 것으로, 테노츠티틀란의 북동쪽에 위치한 신전의 벽을 장식했던 것입니다. 조각상의 오른편에 청록색 안료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는 푸른색으로 칠해졌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록색은 화려한 빛깔을 지닌 케찰 새의 깃털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따라서 이 조각상은 깃털이 달린 뱀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스테카를 비롯한 메소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 ‘깃털 달린 뱀’은 세상의 탄생과 관련이 있는 창조의 신 ‘케찰코아틀’을 상징합니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신전의 외벽에 독수리 머리나 뱀 머리를 장식했습니다. 신전은 도시 한가운데에 지었지만 산비탈의 암벽을 깎아 짓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이는 독수리 머리는 산기슭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암벽을 깎아 만든 신전을 장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테카에서 독수리는 태양을 의미하며,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아스테카의 왕은 궁전 안에서 독수리를 길렀는데, 몇몇 도시국가들이 테노츠티틀란으로 보낼 공물 목록에는 살아있는 독수리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건국 신화에 따르면, 아스테카 사람들은 선인장 위에 뱀을 물고 앉아 있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고 테노츠티틀란 섬에 도시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멕시코 국기 중앙에도 신화 속 독수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스테카의 뛰어난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돌로 만든 상자의 모든 면에 달력 기호와 인물, 동물무늬가 장식되었죠. 연도를 나타내는 달력기호 ‘1갈대’는 코르테스가 테노치티틀란에 처음 도착한 1519년에 해당합니다. 이름을 나타낸 그림문자에 ‘왕관’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스테카의 통치자 목테수마 2세가 소유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식의 보고, 고문서 테노츠티틀란은 아스테카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의 학자들은 우주관, 천문학, 의학 등 방대한 지식을 책으로 남겼습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지는 책도 일부 있지만, 안타깝게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보르지아 고문서>는 이 책을 소장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던 이탈리아의 추기경 스테파노 보르지아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붙였습니다. 현대 연구자들은 고문서의 제목에 유럽 소장자나 소장처의 이름을 붙이는 대신에, 책의 내용을 반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보르지아 고문서>는 제의용 달력과 아스테카의 신들에 대한 책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원주민어로 ‘밤과 바람의 책’을 뜻하는 ‘요알리 에에카틀 고문서’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사료에 따르면 신성 구역 안에는 매우 많은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멕시코시티에서 진행되고 있는 발굴조사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죠. 그중에서도 거대한 계단식 피라미드 신전인, 템플로 마요르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꼭대기에 있는 두 개의 신전 중 북쪽은 비의 신 틀랄록을 위한 것이고, 남쪽은 태양과 전쟁의 신 우이칠로포츠틀리를 위한 것입니다. 신성 구역의 가운데에 있는 원형의 건물이 보이나요? 바로 바람의 신 ‘에에카틀’ 신전입니다. 바람의 신을 위한 신전인 만큼, 바람이 신전 주위를 자유롭게 맴돌고 지나갈 수 있도록 건물의 형태가 둥근 것이 특징입니다. 에에카틀 신전과 신성 구역의 서쪽 입구 사이에 있는 건물은 공놀이장입니다. 아스테카 사람들이 ‘신들의 경기’라 불렀던 이 공놀이는 손을 쓰지 않고 엉덩이를 사용해 고무공을 골대에 넣습니다. 경기에서 진 팀 선수들은 희생제의에 제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놀이장과 에에카틀 신전 주변으로, 사각형의 구조물이 보이나요? 바로 두개골의 탑 ‘촘판틀리’입니다. 통나무 여러 개를 세운 다음, 그 사이사이에 나무 막대를 가로로 놓고 그곳에 두개골을 꿰어 진열한 곳입니다. 공놀이에서 머리가 잘린 선수들의 두개골도 여기에 진열되었죠. 촘판틀리에 전시된 두개골의 대부분이 성인 남성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왼쪽에 큰 직사각형 건물은 귀족 자제들이 다녔던 학교 ‘칼메칵’입니다. 이곳에서 귀족들은 전쟁의 기술과 사제 수업을 받았죠.
아스테카 사람들은 신성한 제의를 지낼 때마다, 신에게 바치는 선물로 다양한 봉헌물을 준비했습니다. 여기에는 메소아메리카 전역에서 가져온 귀한 물건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심지어 인골도 포함되었죠. 이러한 봉헌물을 한데 모아 상자에 담아 땅에 묻었습니다. 아스테카는 자신들의 세력이 확장될수록 템플로 마요르를 계속해서 증축해 나갔습니다. 기존의 신전 위에 더 큰 신전을 짓는 방식이었죠. 그리고 옛 신전과 새 신전 사이 공간에 봉헌물 상자를 묻었습니다. 지금까지 템플로 마요르 발굴조사에서 204개의 봉헌물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템플로 마요르의 왼쪽에 있는 ‘남쪽 붉은 신전’이라는 건물 내부에서 화산암으로 만든 봉헌물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주변에 제의용 칼 모양의 대형 석판이 함께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 음악과 쾌락의 신 마쿠이쇼치틀-쇼치필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78번 봉헌물이 그에게 바친 것임을 알 수 있었죠.
제의에 울려 퍼진 음악 신성 구역에서 벌어진 제의에는 음악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성한 제의에 필요한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준비를 게을리 할 수 없었습니다. 피리와 나팔을 불고 타악기인 구이로와 북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피리는 나무를 깎아 만들거나 점토로 빚었습니다. 전시에 소개된 북은 속이 빈 통나무로 만든 것입니다. 북의 양쪽을 치면 높고 낮은 두 개의 음을 낼 수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지금도 음악을 연주할 때 여전히 이 북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스테카에서 바람의 신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사람들은 바람의 신이 강한 바람을 일으켜 태양과 달을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믿었으며,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다고 여겼지요. 이 독특한 조각상도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의 신 에에카틀을 묘사한 것입니다.
불공정한 결투 아스테카 사람들의 신성한 제의에서 사람의 생명이 바쳐지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묘사를 보면 엄청난 수의 희생자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스테카에서 희생제의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쟁 때 포로로 잡힌 적군의 전사들을 처형하거나, 신에게 제물로 바쳐 태양을 움직이게 하였습니다. 전쟁에서 생포한 적군 가운데 일부는 테노츠티틀란에서 몇 년간 살다가 제의에서 희생되기도 하였습니다. 포로 가운데 일부는 의례의 하나로 치러진 결투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결투에 나선 포로는 깃털로 만든 약한 옷을 입고 상대와 맞서야 했습니다. 그가 들 수 있는 무기 역시 깃털로 만든 칼뿐이었지요. 게다가 한 쪽 발은 지금 보이는 원반 모양의 돌, ‘테말라카틀’에 묶인 채 결투에 임해야 했습니다. 반대로 그에 맞선 아스테카의 전사는 재규어 가죽으로 만든 전투복을 입고, 무시무시한 흑요석 날이 박힌 검을 들었죠. 결투에 참가한 포로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움푹 파인 배 위로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간, 커다란 손에 길게 뻗어나간 손톱까지. 왠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시무시한 모습을 하고 있네요. 믹틀란테쿠틀리는 죽은 자의 영역을 지배하는 지하세계의 신입니다. 죽음을 맞이한 모든 사람은 지하세계에서 그와 대면하게 되지요. 아스테카 신화에 따르면 창조의 신 케찰코아틀은 믹틀라테쿠틀리가 다스리는 지하세계에서 거인의 뼈를 가져와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소조상은 템플로 마요르 옆에 위치한 ‘독수리의 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수백 개로 조각난 상태였습니다. 본래 온몸은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머리에는 검은 곱슬머리가 꽂혀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완전히 발굴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고, 복원 작업에는 거의 1년이 소요되었습니다. 높이가 176cm, 무게가 128kg 정도로 크고, 아스테카의 예술적 수준을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네 번째 태양이 빛을 잃은 뒤 등이 굽은 나나우아친 신은 다섯 번째 태양이 되기 위해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그는 태양의 신 토나티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