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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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손님: 더 콰이엇, 이동우
소개유물: 경천사 십층석탑
설명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막및 음성>
안녕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장 배기동입니다.
이번 특별한 초대에는 한국 힙합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래퍼인 더 콰이엇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대편에는 이동우 학생입니다. 과천외고에 다니는데 더 콰이엇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이 통로 끝에 아주 특별한 문화재가 있습니다. 함께 걸어가시면서 말씀 나눌까요?
이 통로는 역사의 길이라고 하는데, 박물관에 들어와서 이 길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간의 흐름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에요. 맨 끝에 보이는 저 큰 탑, 우리 박물관에서 어떤 문화재가 인상적인지 투표를 하면 이 탑을 많이 찍어요. 보면 공간감이 큰 공간에 있고 굉장히 아름다운 탑이지요. 조각들이 굉장히 많고, 화려하고, 구조가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포함하여 이 탑을 해체하고 옮기고 하는 과정에서 훼손이 많이 되었지요.
경복궁에 있던 것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오면서 여기 실내 공간에 두게 되었는데, 실내 공간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이 탑이 대리석이기 때문이에요. 대리석은 산성비에 약합니다. 조각 자체가 계속 마모 되지요. 그래서 실내에서 보관합니다.
이 탑이 일본에 다녀왔던 것인가요?
일본에 반출되었다가 돌려받은 것이지요.
언뜻 보면 이 탑이 10층이 넘어 보이는데요. 이름이 십층석탑인 이유가 있을까요?
탑에는 기단부가 있는데 이 탑은 기단부가 3층이고 탑신이 10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러면 아래 세 개 층은 빼고 위에 층만 따져서 10층이 되는 것이군요?
여기 손오공 이야기 즉 서유기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서유기 스토리가 새겨진 동아시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탑이에요.
부처가 연꽃에서 태어나서(연화화생) 나중에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드는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새겨져 있어요. 탑의 구조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압축했어요.
이 탑을 책으로 치면, 책을 펼쳐서 탑의 여러 면에 조각으로 새겨 넣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부조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압축했어요.
이 탑은 양식적으로도 굉장히 아름답고, 화려하고, 스토리도 많고 또 사이즈도 크고 해서 우리 박물관의 가장 간판이지요.
여기 보면 연꽃이 돌아가며 새겨져 있지요?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요.
연꽃은 더 콰이엇님의 노래 제목처럼 진흙에서 피어요.
그런데 그 노래도 불교적 영감을 받아서 작곡한 곡인가요?
아니요. 그 정도까지는 생각하지는 못 했고요. 어떻게 보면 막연한 마음으로 만들어 본 노래인데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저의 꿈을 갖고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을 ‘진흙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라는 은유로 표현을 했던 것 같은데 연꽃과 이런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저도 처음에 연꽃 얘기를 들었을 때 더 콰이엇 형의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곡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힙합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불안정한 시기에서 시작한 더 콰이엇 형의 랩이 지금 새로 나온 래퍼들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것은 더 콰이엇 형의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에서 비롯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이런점이 정말 멋있게 다가왔는데요, 그런 점에서 박물관에서 이번에 진행한 이 탑의 맵핑 영상이나 미디어파사드 작업과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탑의 표면에 영상을 입혀서 탑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이미지를 통해 감상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박물관은 아마도 제 나이 또래에서는 일부러 찾아올 것 같은 장소는 아니거든요. 워낙 딱딱한 곳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나 시도를 계속하면 일부러 찾아와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안 오면 손해가 되는 것이지요.
이건 정말 볼 만 한 것 같아요.
오늘 어땠어요?
오늘 즐거웠고요. 제 음악 이야기와 함께 탑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일단은 박물관이 너무 멋져서 다음에 다시 와서 제대로 한 번 구경해야겠습니다.
오늘 저도 불교 교리로서 연화 이야기를 했지만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제 저도 열심히 배울게요.
감사합니다.
계속 변화하는 박물관을 알게 된 점이 좋았고. 종종 와서 관람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자주 오셔야 해요.
더 콰이엇 같은 분들이 특히 젊은 이들을 박물관으로 인도할 수 있는 문화천사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특별한 초대도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