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자가 치운(致雲), 호는 우봉(又峰)·석감(石憨)·철적(鐵笛)·호산(壺山)·단로(丹老) 또는 매수(梅叟)이다.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문인으로 시·글씨·그림에 모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글씨는 추사체(秋史體)를 본받았고, 그림은 난초와 매화를 특히 많이 그렸다. 유작 중 가장 많은 수가 매화 그림인데 그의 묵매화는 조선 중기 묵매도의 구도에서 탈피하여 후기 묵매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조희룡의 이 작품은 굵은 매화 줄기를 왼편 하단에서부터 둥글게 펼쳐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줄기의 경계가 분명치 않아 마치 매화 숲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줄기는 담묵선과 점으로 간단히 처리한 반면 가지는 좀 더 진한 먹으로 분명하게 그렸고, 가지끝에 무수히 많은 꽃을 그려 넣었다. 꽃은 비수(肥瘦)가 있는 필선으로 빠르고 대략적으로 그리고 엷은 분홍색을 더하였다. 반원을 그린 가지의 아랫부분에 엷은 청색을 선염하여 꽃색과 조화를 이룬다.